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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회상 - '아침 식탁'독자게시판> 정범구 전 국회의원(증평/괴산/음성/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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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15  17:31:21  |  조회수 :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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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아침 식탁은 초라했다.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통령쯤 되면 우리 보통사람들은 구경 못하는 무슨 특별한 음식 하나 쯤은 있을 줄 알았다.

더구나 초대 받은, '대통령궁에서의 아침'임에야...

2000년 1월 6일 아침 8시, 나는 대통령의 아침 식사에 초대받았다. 청와대의 육중한 철문 3개를 통과한 다음 도착한 대통령 관저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청와대 집사는, 세차도 못해 얼룩덜룩한 나의 수박색 소나타 승용차를 보고는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식탁이 차려진 방은 대통령의 서재이거나 응접실인 듯 싶었는데 꽤 큰 방에 대통령과 한광옥 비서실장,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앉았다.

식탁에는 기사 식당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조기가 한마리 씩, 그리고 조리 김과 김치류, 밥과 국이 놓여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 현실정치 참여를 권유하기 위해 부르신 자리였지만 나는 철없이 말했다.

"대통령 되시면 좋은 것 많이 드실 줄 알았는데, 뭐 저희 집 밥상 보다 별로 나은게 없네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냥 웃으신다.

한시간 반 동안 아침을 들며 말씀을 나누었다. 주로 내가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는 들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치기만만한 언행이었을지, 얼굴이 붉어진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겪으면서도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위대한 정치가 앞에서 나는 고작 '백면서생'의 얄팍한 문제의식을 갖고 그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았던 것은 아닌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DJP 연합'의 문제, '후퇴하는 개혁'의 문제 등에 대해 많은 말씀을 드렸지만 따져 보면 '대안 없는 비판'이요, '창백한 지식인의 자기 현시'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의 만남이 끝나 갈 무렵, 그가 말했다.

"내가 정박사 보다 나이는 많지만, 개혁에 대한 열정은 정박사 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좀 도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천둥 벌거숭이 같았던 나는 이렇게 정치의 문턱을 넘게 되었다.

.

.

그가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전쟁 같은 삶을 사셨던 그의 동작동 국립현충원 유택에는 비가 내린다.

4박 5일 동안 우리에게 다가 와 많은 감동과 위로를 주었던 교황께서는
같은 시간에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일정을 보내고 계신다.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 만으로 위로가 되었던, 또는 위로가 되고 있는 두 분이 모처럼 서울이라는 같은 공간에 계신다는 것이 새삼 벅차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정범구 전 국회의원(증평/괴산/음성/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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