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愚步) 신태희 시인,생애 첫 시집[103동의 불빛] 출판기념회 열어

“거칠고 투박하고 세련미는 없지만, 이속에는 제 인생이 녹아있고 제 70평생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보(愚步) 신태희 시인은

지난 12일(토) 축협대회의실에서

첫시집 ‘103동의 불빛’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우보 신태희 시인은 인사말에서“밭으로 올라가는 산길 양옆에는 저보다 먼저 산길을 걸어올라온 들국화와 쑥부쟁이 그리고 수많은 억새꽃이 저를 향해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죠. 이 좋은 계절에, 이 좋은 시간에 저를 위하여 여기오신 축하객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아주 특별한 한분을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제가 칠성초등학교 3학년때 제 은사님이셨던 김자 은자 중자 김인중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느날 국어 시간에 저희에게 동시 쓰는법을 수업을 하시면서 그때 제가 쓴 동시중에 ‘봄’이라는 동시를 칠판에 옮겨 적으시면서 하나 하나 설명해가며 수업을 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저에게 문학의 씨앗이 뿌려진 계기가 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젊은 시절에 문학의 길을 걸어오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삶의 무게를 견딜수가 없어서 허송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왔으며 남의 길을 마치 제 길인양 그렇게 걸어왔습니다. 이제 가던길을 잠시 멈추고 제 뒤안길을 돌아봅니다. 정말 멀리 걸어왔습니다. 이제 이 자리에 서서 제 길을 찾아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길을, 지금이라도 저의 길을 찾아 갈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작은 흔적을 하나 남기려고 합니다. [103동의 불빛] 어쩌면 이것은 설익은 조각가가 작은 도끼 하나만을 들고 목장승을 깎아 놓은 것처럼 거칠고 투박하고 세련미는 없지만은 그러나 이속에는 제 인생이 녹아있고 제 70평생 삶이 담겨져 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라며 소회를 밝혔다.

중북예총 임승빈 회장은 “우보 신 시인은 시에 대한 열정을 갖고, 오랫동안 시창작교실에서 시를 배워왔고 끝까지 매진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졌다,”며 “문학을 통한 사유를 통해 신 선생의 영혼의 끈은 더욱 튼튼해지고 우주는 더 안전해질 것이다.”라며 축하했다.

김은숙 시낭송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우보 신 시인의 가족과 많은 지인들이 참석해 따뜻하고 풍요로운 시간을 가졌다.

우보 신 시인의 인사말에 이어 축사가 이어지고 축하행사가 진행되었다.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 총무 함향옥회원이 우보 신 시인의 [103동의 불빛]중에서 ‘늦가을 연민’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이어 권오중 시인, 서금자 시인의 축가가 이어지고, 좌구산 예술단의 흥겨운 공연이 진행되었다.

우보 신 시인은 현재 삼호조경대표이다. 평소 등산애호가로서 자연과 함께 함을 즐겼으며, [103동 불빛]시집에서도 자연을 노래하고 일상생활의 삶을 잘 녹여내고 있다.

1948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 2015년 한국민인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 부회장이며 텃밭 문학회와 소원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3동의 불빛

우보 신태희

초저녁 거실 창문을 열면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불빛을 본다

주황 빨강 흐른색

퍼즐의 정답을 채워나가듯

네모 칸 마다 불빛이 채워져 간다

정답 만큼이나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불이 꺼져 있는 집도 보인다

불 꺼진 저 집은

절망일까

안식일까

채우지 못한 퀴즈의 빈칸처럼

궁금해진다

방금

어느 집은 불이 켜지고

어느 집은 불이 켜지고 있다

운사월 초이레 상천달이

103동과 104동 네모진 각 사이에

끼인 채 떠 있다

<[103동 불빛] p24~25>

늦가을 연민

우보 신태희

연이틀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바람마저 거세게 불어온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별거 있으랴만

붉게 타오르던 단풍잎이 찬비 속에서

힘든 삶을 지탱하려는

몸부림만 지켜모아야만 했다

힘겨운 단풍잎이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좁혀진 혈관으론 더 이상 수형을 받기

힘들었던가?

소쩍새 울적부터 함께한 품을

기러기 날개 짓에 아쉬운 작별의 춤을 춘자

이런 날이면

조용한 산길을 걸으며

구르몽의 시를 읊조려도 좋고

향 좋은 차 한 잔 들고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가을의 노래를 들어도

좋으련만

세월의 무게에 무디어진 정서는

비에 젖어 쌓여진 낙엽을 밟으며

조용히 내 뒤안길을 뒤 돌아보는 것으로

반족하여야만 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이 떨어진다

떨어져 구르는 낙엽 하나 집어들다

문득 잊혀진 나를 본다

저 낙엽이 나의 자화상이러니...

<[103동 불빛] p7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