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면 시,
노래면 노래,
악기면 악기,
무대면 무대,
일이면 일,
봉사면 봉사 - 그 어느 일을 맡아도 척척, 그 어떤 사람을 만나도 한마음 하나가 되는 전천후 일체형 재간둥이 김은숙씨.

증평의 재간둥이, 김은숙 러블리걸. 다재다능한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러블리걸로 더 알려진 그녀가 시(詩)낭송 공연을 한다고 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다.

공연은 4일(일) 청주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시청각실에 들어서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제일 먼저 ‘누가 시 한편도 외워 읊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지않다 하는가’라는 단상 현수막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의 18번지 시(詩)가 있나 생각해 보았다. 머리만 아플 뿐 떠오르는 시(詩)가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니 학창시절 배웠던 시 몇 편이 조각조각 떠오르는데, 못외워가서 맞은 아픔도 새록새록 되살아나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를 기억에서 끄집어 내는 일은 무시하기로 했다.

설촌 김용욱 선생의 대금연주로 시작된 시낭송 공연은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특히 대금소리를 배경으로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구윤회 시 낭송가가 읊을 때는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김은숙 러블리걸은 우쿨렐레 공연도 하고, 시 낭송도 하고, 여러 시(詩) 낭송가들과 함께 시낭송 공연도 하였다.

이날 공연은 다재다능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하는 자리 같았다.

특히 우쿨렐레 공연때는 빨간테 안경을 쓰고 나타나 ‘조개껍질’, ‘제주도의 푸른 밤’, ‘you are my sunshine’을 들려주어 참석자들을 한바탕 기쁨과 웃음의 세계로 인도했다.

김은숙 러블리걸은 우쿨렐라 공연에서 독특한 안경을 쓰고 나와 러블리걸 특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였다.

행복 비타민, 그녀 - 러블리걸!!

늘 참신한 모습으로 살려고 하는 그녀!

항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스런 여인이 되고 싶어하는 그녀!!

그녀는 이날 신석정 시인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를 낭송했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辛夕汀 1907∼1974)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 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 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김은숙 시 낭송가는 오는 11일(일) 만해축전에서도 신석정 시인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를 낭송할 예정이다.

만해 한용운 스님을 기리는 ‘2013 만해축전’은 오는 10일(토) - 13일(화)까지 강원도 인제 백담사 만해마을 일원에서 ‘선린(善隣)과 상조(相助)’를 주제로 열린다.

깊은 맛을 내는 대금 소리로 인해 시낭송이 한 단계 더 성숙해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능시낭송협회 충북지회(회장 박경희) 회원들. '재능 시낭송협회 충북지회'이름으로 다음(DAUM)카페를 개설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나 만나고 있다.

김은숙 시낭송가는 오는 12월 1일(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되는 전국시낭송대회에 충북대표로 출전해 박재천 시인의 ‘비천’을 낭송할 예정이다.

비천

- 박재천

나는 종이었다. 하늘이 내게 물을 때 바람이 내게 물을 때
나는 하늘이 되어 바람이 되어 대답하였다.
사람들이 그의 괴로움을 물을 때 그의 괴로움이 되었고
그의 슬픔을 물을 때 그의 슬픔이 되었으며
그의 기쁨을 물을 때 그의 기쁨이 되었다.

처음에 나는 바다이었다. 바다를 떠다니는 물결이었다.
물결 속에 떠도는 물방울이었다.
아지랑이가 되어 바다 꽃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바램이었다.
처음에 나는 하늘이었다. 하늘을 흘러 다니는 구름이었다.
구름속에 떠도는 물방울이었다.
비가 되어 눈이 되어 땅으로 내려가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처음에 그 처음에 나는 어둠이었다.
바다도 되고 하늘도 되는 어둠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그리움이며 미움이고, 말씀이며 소리였다
참으로 오랫동안 나는 떠돌아다녔다.
내 몸 속의 피와 눈물을 말렸고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추려
산과 강의 구석구석에 묻어 두었고 불의 넋 물의 흐름으로만 남아
땅 속에 묻힌 하늘의 소리, 하늘로 올라간 땅 속의 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떠돌음이여! 그러나 나를
하늘도 바다도 어둠도 그 무엇도 될 수 없게 하는 바람이여.
하늘과 땅 사이에 나를 묶어두는 이 기묘한 넋의 힘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게 하는 이 소리의 울림이여.

김은숙 시낭송가는 증평에 시낭송가 모임을 만들고 싶어 하였다. 증평 사람들 모두가 시 한편 읊조리는 것을 당연시 하고, 행사나 모임때 시(詩)를 읊조리는 문화가 만들어 지길 고대하였다.

김은숙 러블리걸은 또한 증평문인협회 총무이다.

늘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녀의 글은 섬세한 감성으로 늘 감동적이다.

아래는 그녀가 쓴 시아버님에 대한 글이다.

아버님과의 행복한 동행

- 김은숙 러블리걸

[1]

아침부터 꾸물거리던 하늘에선
비가 내린다.
왠지 나른해지고 졸음이 빗줄기를
타고 쏟아진다.
아버님께 드리려고 했던 용돈을
오늘 아침에서야 드렸다.

며칠 전부터 식사를 드셔도 먹은 것 같지
않고 ‘허’하시다는 아버님의 말씀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이제까진 식사도 잘하시고 경로당에도
잘 다니시고 하셨는데 걱정이 많이 되었다.

맑은 된장국에 시레기 조금 넣고 달래 냉이
몇 뿌리 넣어 봄국을 끓여 들였다.

어젠 예쁜 화분도 하나 사서 아버님방에
놓아 드렸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화병에 꽃도 꽂아드리고

아버님의 여든셋의 봄을 조금 더 생기있게
해드리려고 노력을 한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아버님의 인기척이
나나 살펴보게 되고 아버님의 헛기침소리라도
나는 때면 안심을 한다.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함께 한다는 것
그 모든 게 나에게 있어선 크나큰 힘이 된다.

4년전 시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땐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담벼락을 길래, 시아버님을 모실래 하면
담벼락을 기는 게 낫다고 하는 며느리들이 많다고
하는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시부모님은 그런 걱정을 하나도
끼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시는 부모님중에 하나셨다.

어머님께서도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 주셨고, 아버님께서
도 항상 어디서든지 며느리 칭찬과 사랑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난 더 잘해드리려고 노력을 했다.
물론 난 막내 며느리다. 부모님을 모시는것이
자식된 도리로서 항상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난 항상 세월은 나를 젊게 그냥 내버려두진 않는다
는 것을 안다. 나도 멀지않았음을 ...

아버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서글픔이 앞선다.

우리들에게 혹시 ‘누’가 될까 하는 마음을 읽을때 마다.
나 역시 잘못 해드리는 것은 아닐까 해서 마음이 아프다.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이 정녕 아쉬울 뿐이다.

난 오늘도 두손 모아 기도 드린다. 아버님께서
사시는 동안만이라도 건강하게 우리 곁에
머물러 주시길 ...

[2]

아직도 저의 가슴속엔 아버님이
살아계신 듯 인자하시던 눈빛 저에게
베풀어주시던 사랑이 오늘도 숨쉬고 있습니다.

창백한 모습으로 걸을 힘조차
없으셔서 거실 창가로 바라 보시던
마당엔 아버님께서 가져다 주셨던
보랏빛 배초향 꽃나무가 춤추며
맘껏 향기를 뽐내고 그사이로 호박덩쿨과
나팔꽃은 담장을 타고 지붕위로
향하고 부추도 꽃을 피웠어요.

그 모든 것들이 오늘 아침 새삼
아버님을 더욱더 그립게 만드네요
출근하는 발목과 시선을 멈추게 하네요.

가지런히 걸어놓은 삽자루와
호미 그리고 농기구들 모두
아버님의 손때가 묻은 것들이죠.

이렇게 모든 것이 또 한해의 가을을
맞이하건만 곁에 계시지 않는 아버님
오늘따라 무척 보고 싶어요.

벌써 1년이 되어가네요.

세상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언젠가 저도 제가 왔던 길로 돌아가야겠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던 작년 이맘때, 초를 다투며 투병중이셨죠
앙상하게 뼈만 남으신 아버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지요.

한없이 가슴 아팠어요.

이젠 아버님을 다시 만나뵐 수는 없지만
아버님의 따뜻한 사랑만큼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거예요.

제 생일날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소고기와 미역을 사다주시고
며느리가 힘들어 할까봐 빨래를 걷어다
차곡차곡 개어주셨던 아버님!

그 인자하시던 아버님의 손길과 눈빛이
오늘 더욱 더 그리워지네요.

아버님 이젠 저희들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저 그곳에서는 아프셨던 허리 펴시고
편안하게 계세요. 아버님 제 맘 아시죠
저에겐 무엇과도 바 꿀수 없었던 소중하셨던
분이셨다는걸요.

그리고 저의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행운이었다는걸요.

또한 너무 행복한 동행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것만 같아요.

아버님 사랑합니다.

막내며느리 올림

항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스런 여인이 되고 싶은 김은숙 시낭송가, 러블리걸!

그녀가 퍼트리는 시심(詩心)이 이심전심(以心傳心) 전해져,

증평이 시(詩)로써 행복해지는 문화공동체가 되길 기원해본다.

시(詩)와 더불어 행복한 증평문화공동체를 위하여~

러블리걸과 시낭송가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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